댄싱 캐스퍼


2021. 5. 6 - 5. 30
13:00 - 19:00 (월, 화, 수요일 휴관)
사가 𝗦𝗔𝗚𝗔

참여작가
안초롱, 이동훈, 이희인, 전현선

기획  이현
그래픽디자인  전용완
공간디자인  초타원형, 임준성
협력  사가
후원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사람들은 유령처럼 솟아나고 있었다, 캐스퍼처럼. 둥글고 하얀 머리처럼 퐁퐁. 솟아나면서. 눈을 감고 콜라병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들려오는 음악처럼. (...) 보이면 좋았다. 눈이 먼 것처럼 더듬는 배우들. 저기 R석에서 연기하고 있다. 우리도 R석에서 보인다. 다른 사람들이 저것 봐, 캐스퍼야, 속삭였다. 흔들리고 있어."

- 김유림, 「9 1998년 극장」, 『세 개 이상의 모형』 (문학과지성사, 2020)


우리는 멀어졌다. 순식간에. 숨구멍은 얇은 천으로 감싸이고, 온기를 나누던 손은 감염의 최전방 지대로 전락했다. 맨얼굴은 적, 누군가의 지문을 닦아낸 소독제 알코올 향에 우리는 안심한다. 살갗은 온도, 발걸음은 동선, 방문은 코드 인증으로 실시간 기록된다. 이곳에 온 당신도 방금 기록되었다. 이제 우리의 몸은 서로에게 실례다.

사랑하는 만큼 떨어져야 하는 시간, 〈댄싱 캐스퍼〉는 그 멀어진 몸을 다시 생각한다. 잠재적 바이러스 보균체이자 거리 두어야 할 위험군이 된 신체는 과거와 동일한 방식으로 연결될 수 없다. 제로콘택트는 각자의 몸을 분리하고 배제하는 인식으로 일상에 스며들지만, 너의 몸이 내 몸과 다르지 않다고 이해하는 능력, 내가 느끼는 기쁨을 네가 알고 너의 슬픔에 내가 가담할 수 있다는 공감대는 건강한 사회를 형성하는 필수 조건이다. 그리고 서로의 몸과 접촉하는 경험은 그 힘을 키우는 가장 강렬하고 직접적인 사건이다.

〈댄싱 캐스퍼〉는 대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서적 동질감을 발현하는 몸짓으로서 '춤'을 떠올린다. 반려를 찾으려는 구애의 춤,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는 축제, 수평의 관계를 암시하는 원무(圓舞), 뜨거운 열기로 이어지는 퍼레이드까지 춤은 오래전부터 연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전시는 이미 존재하는 누군가의 몸동작을 따라 학습하는 안무가 아니라 운동성 없는 매체에서 리듬과 박자를 상상해보는 율동을 제안한다. 너와 내가 멀리 있어도 혹은 만난 적 없어도 언제든 쉽게 놀이의 형태로 참여할 수 있는 유대의 장소로 초대하면서. 몸은 사적인 동시에 공적이며, 유사한 가치관은 사회적으로 약속된 제스처를 공유한다. 타인의 고통을 위로하고 추모하기, 부조리에 합심해 분노하고 투쟁하기, 약자를 의식하고 배려하기 등 공동체는 신체적 가까움보다 서로 닮은 생각과 이를 실천하는 행동으로 이루어진다.

이 공간의 모든 작품은 움직이지 않는다. 당신이 이곳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하지만 당신이 전시와 몸을 맞닿고 거울의 세계에 동참하는 순간, 당신의 시선을 따라 춤추는 몸들이 퐁퐁 솟아난다. 휘고, 미끄러지고, 느리게 흔들리지만 계속 이어지는 몸짓들. 이 불완전한 반사체가 유령의 모습 같다면, 전시는 차라리 '캐스퍼'를 소환한다. 인간을 괴롭혀야 하는 유령의 임무를 배반한 채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 다가오는 꼬마 유령 캐스퍼처럼. 〈댄싱 캐스퍼〉는 소외된 오늘의 몸의 가치를 재사유하고 내일의 새로운 움직임을 모색하기 위해 춤이라는 공동의 활동을 찾아 나선다. 고립되어 있지만 연결된 신체, 혼자 함께 추는 춤이다. 흔들리는 캐스퍼와 함께.